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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은 강간이다
강간 피해 여성이 용기와 인내로 사건을 고발했을 때, 우리 사회는 강간범을 향해 범행 동기를 묻는 대신 피해자에게 왜 범죄 피해를 입었는가를 따지곤 한다. 왜 늦은 시간에 외출했으며, 어쩌다 술은 마셨고, 무엇 때문에 옷은 그렇게 입었는가. 어째서 남성을 따라갔고, ‘최선을 다해’ 저항하지 않았으며, 무슨 저의로 이제야 고발하는가. 그러고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판단한다. 그것은 강간이 아니라고. 가해자의 심기를 건드려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피해자가 강간범의 요구에 응한다. 그러나 그 절박한 생존의 분투는 ‘암묵적 동의’로 둔갑된다. 가해자를 단죄하고 삶을 재건하는 과정에서조차 피해자는 역비난과 무지의 폭력이라는 2차 가해에 시달린다. 이러한 패턴은 과연 여성의 성적 자유를 위한 필요악이며, 오늘 이곳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여성 대상 범죄사건 전문 변호사이자 법학자인 저자는 강간 혐의를 받은 유명인을 비롯해 수많은 가해자의 범행과 사실 부정, 그를 생생히 증언하는 실제 피해자의 인터뷰, 다양한 연구 조사 및 의학적, 법률적 기록에 대한 엄격하고 광범위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그것이 오랫동안 형태와 층위를 바꿔 반복돼온 현상임을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감정과 편향을 제거했을 때에도 여전히 강간은 강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탁월하게 논증해낸다.
저자. 조디 래피얼
출판사. 글항아리
출간 연도.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