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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한국 남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책은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으나 정작 가족, 친구 등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남성이 5살부터 12살까지 자기 자신의 유년기를 대상으로 삼아 한국 남자의 인성 형성 과정을 꼼꼼히 탐구한 책이다. 저자는 한국 남자들의 정체성을 결정지은 한국 특유의 가족문화와 한국사회의 구조적 특징들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짚어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동굴 속 황제'라는 낯선 인간형이 등장한다. '동굴 속 황제'는 '권위주의와 자기애(narcissism)의 동굴에 갇혀 주위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황제는 머리로는 자유와 평등 같은 민주주의적 가치를 신봉하면서도, 몸은 어린 시절 습득한 아버지의 권위와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인간이다. 저자는 자신이 어떻게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동굴 속 황제'의 자질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시종일관 솔직하고 대담하게 드러내고 분석한다. 또 프로이트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한국적 가족구조의 특수함이 어떤 방식으로 아들의 인성 형성에 영향을 끼쳤는지 밝혀낸다. 가족 안에서 발달된 신분관계가 학교, 회사, 군대 등 여러 단체의 운영방식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양상에 주목하기도 한다. 이 책은 가족학과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풍부한 내용과 에세이를 방불케하는 서정적인 글쓰기 방식을 가진, 어느 한 분야로 규정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인문서이다. 보기 드물게 철저한 자기분석이 돋보이는 이 '동굴 속 황제'의 성장기는 때로 우스꽝스럽고 때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1960년대 한국의 가정, 사회, 나아가 20세기 한국을 읽게 해준다. 개인의 일기와 편지가 그 시대를 읽는 텍스트가 되는 것처럼, 이 책은 앞으로 20세기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이 될 것이다.
저자. 전인권
출판사. 푸른숲
출간 연도. 2003